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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D 300으로 해주세요"라는 말,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걸까

MADE IN WORKS·2024. 3. 27.·7분 읽기

BIM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도 가장 많이 헷갈리는 개념이 LOD(Level of Development)다. 발주처는 "LOD 300으로 모델링해주세요"라고 요구하고, 실무자는 "LOD 300이면 어느 정도지?"라고 고민한다. 더 복잡한 것은 LOI(Level of Information), LOG(Level of Geometry)까지 합쳐지면 혼란은 가중된다. LOD는 기하학(Geometry)과 정보(Information)를 합친 종합적인 발전 수준이며, LOI와 LOG는 그 하위 구성 요소다.

LOD, LOI, LOG의 관계
  • LOG: 형상(Geometry)의 상세 수준 — 얼마나 형태를 정밀하게 모델링했는가
  • LOI: 정보(Information)의 상세 수준 — 객체에 얼마나 많은 속성 데이터가 들어있는가
  • LOD: LOG + LOI의 종합 — 즉 "이 객체가 어느 단계까지 정의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통합 지표

왜 하필 세 가지 약어가 다 필요한지 의아할 수 있다. 실무에서 "LOD 300으로 해달라"는 말이 왜 애매한 요구가 되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LOD 300은 "형상도, 정보도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를 뭉뚱그려 말하는 것뿐이라, 발주처와 설계사가 서로 다른 걸 기대하게 만든다. LOG와 LOI로 쪼개면 "형상은 이 정도, 정보는 이 정도"라고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

LOD 단계별 가이드

AIA(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가 정의한 LOD는 100부터 500까지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가 실제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LOD명칭설명프로젝트 단계활용 예시
100Conceptual개념적 질량 모델, 대략적인 크기·위치·방향기획/타당성 검토매스 스터디, 배치 검토
200Approximate Geometry대략적 형상, 개략적인 수량·크기·위치기본 설계공간 프로그램 검토, 개략 물량
300Precise Geometry정밀 형상, 정확한 크기·위치·수량실시 설계공사 도면, 정밀 물량 산출
350Construction Detail시공 상세 수준, 접합부·연결부 포함시공 상세시공 도면, 간섭 체크
400Fabrication제작/조립 수준, 실제 제작에 필요한 모든 형상·정보제작/조립철골 가공도, 패널 제작도
500As-built준공 실측 반영, 유지관리 정보 포함준공/유지관리준공 도면, 자산 관리

[Image: LOD 100부터 500까지 같은 창문 하나가 점점 상세해지는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는 비교 이미지]

LOD만 있으면 충분할까? — LOI와 LOG의 등장 배경

실무에서 LOD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생겼다. 예를 들어, 어떤 창호 객체가 LOD 300이라고 정의했을 때:

  • LOG 300: 창호의 3D 형상이 실제 제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모델링되어 있다
  • LOI 300: 창호의 단열 성능, 프레임 재질, 유리 사양, 가격, 납품 업체 정보 등이 입력되어 있다

그런데 "형상은 대충인데 정보는 엄청 상세한" 경우나 "형상은 정밀한데 정보는 하나도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걸 LOD 하나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LOI와 LOG를 별도로 정의하게 되었다. 특히 후자 — 형상은 화려한데 정보가 텅 빈 모델 — 은 실무에서 굉장히 흔하다. 렌더링용으로 예쁘게 만든 모델이 정작 물량 산출이나 유지관리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가 이 패턴이다.

실무 꿀팁 — LOI를 먼저 정의하라
많은 프로젝트가 LOG(형상)에만 집중하고 LOI(정보)는 뒷전으로 미룬다. 하지만 모델의 진짜 가치는 LOI에서 나온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각 객체가 어떤 정보를 가져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LOI 매트릭스를 먼저 작성하길 권장한다.

프로젝트별 LOD 기준 잡는 법

발주처와 협의할 때 LOD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모델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다음 절차를 추천한다.

  1. 발주처 요구 사항 분석: 발주처가 명시한 LOD 수준 확인
  2. 객체별 LOD 매트릭스 작성: 모든 BIM 객체에 대해 최소 LOD 수준 정의
  3. LOI 템플릿 정의: 각 객체가 가져야 할 필수 속성 리스트 작성
  4. 검증 기준 합의: "LOD 300을 충족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지 기준 마련
LOD 매트릭스 예시 — 병원 프로젝트
객체최소 LOD필수 속성
내벽300재질, 두께, 높이, 화재 등급, 차음 성능
창호300프레임 재질, 단열 성능, 유리 사양, 개폐 방식
의료 가스 설비350위치, 배관 경로, 연결부, 용량, 유지보수 주기
HVAC 덕트300크기, 재질, 풍량, 단열재 종류

[Image: 위 표 같은 LOD 매트릭스가 실제 BEP 문서 안에 정리되어 있는 페이지 스크린샷]

흔한 오해와 주의사항

LOD를 과도하게 높게 잡지 마라
"우리 프로젝트는 LOD 400으로 합시다"라고 해놓고 막상 예산과 일정은 LOD 300 수준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LOD가 한 단계 올라갈수록 모델링 시간은 대략 1.5~2배 증가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LOD 500은 정말 필요한가?
모든 프로젝트에 LOD 500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유지관리 단계까지 BIM을 활용할 계획이 있는 대형 프로젝트나 자산 관리가 중요한 시설에 적합하다. 일반적인 신축 프로젝트는 LOD 300~350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국내 BIM 발주와 LOD 기준

국내 조달청과 공공 발주처는 자체적인 LOD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발주처마다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발주처는 AIA 기준 LOD 100~500을 그대로 쓰고, 어떤 발주처는 자체 용어(예: "기본설계 수준", "실시설계 수준")로 풀어서 요구한다. 이럴 때는 발주처의 표현을 AIA 기준 LOD로 먼저 번역해서 내부 매트릭스에 매핑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매핑 작업을 생략하면, "우리는 이 정도면 충분한 줄 알았는데 발주처는 다르게 이해했다"는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마무리

LOD, LOI, LOG는 BIM 프로젝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참여자가 같은 기준을 공유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LOD/LOI/LOG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화하라. 그래야 "모델이 부족하다"는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